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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굿뉴스 리뷰(블랙코미디, 실화기반, 변성현감독)

by mongle030 2026. 2. 26.

 

굿뉴스 포스터


 

솔직히 저는 블랙코미디라는 장르를 그다지 신뢰하지 않았습니다. 웃어야 할지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지 애매한 순간들이 많아서, 보고 나면 뭔가 찝찝한 기분이 남는 경우가 많았거든요. 그런데 넷플릭스에 공개된 영화 '굿뉴스'는 그 편견을 완전히 뒤집어놓았습니다. 변성현 감독의 신작인 이 영화는 1970년 일본항공 납치 사건, 일명 요도호 사건을 모티브로 한 실화 기반 작품입니다. 2시간 16분이라는 러닝타임이 전혀 지루하지 않았고, 오히려 끝나고 나서도 여운이 한참 남았습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블랙코미디, 어떻게 균형을 잡았나

영화 '굿뉴스'는 1970년 일본에서 발생한 실제 항공기 납치 사건을 다룹니다. 당시 일본의 공산주의 세력인 적군파가 비행기를 납치해 평양으로 향하려 했고, 한국 중앙정보부는 이를 낚아채 국내로 유도하려는 작전을 펼쳤습니다. 여기서 '낚아채기'란 비상 주파수를 통한 교신을 중간에 가로채서 마치 평양 관제탑인 것처럼 위장해 항공기를 한국으로 유도하는 작전을 의미합니다. 쉽게 말해 전파 해킹을 통한 심리전이었던 셈이죠.

저는 이 영화를 보면서 '아, 이게 진짜 실화였구나' 싶어서 검색을 여러 번 했습니다. 영화에 나오는 황당한 상황들, 예를 들면 일본 정부의 우왕좌왕하는 모습이나 '내일의 조'라는 만화 이야기가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장면까지도 실제 사건에서 있었던 일이더라고요(출처: 위키백과 요도호 하이재킹 사건). 감독은 이 무거운 소재를 다루면서도 톤을 가볍게 유지했습니다. 긴장감 넘치는 재난 스릴러가 아니라, 상황의 아이러니와 인간의 모순을 비추는 풍자극으로 풀어낸 겁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홍경 배우가 연기한 공군 중위의 표정 연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는 3개 국어(한국어, 영어, 일본어)를 구사하며 심리적 압박 속에서도 냉철함을 유지해야 하는 인물인데, 대사 없이도 불안과 책임감이 동시에 느껴지더라고요. 배우의 연기력이 탄탄하면 블랙코미디라는 장르가 더 설득력을 갖는다는 걸 실감했습니다.

 

변성현 감독의 연출, 하고 싶은 걸 다 했다

변성현 감독은 '나의 PS 파트너', '킹메이커', '길복순' 등을 연출한 감독으로, 특유의 힙하고 스타일리시한 연출로 유명합니다. 이번 '굿뉴스'에서도 그의 개성이 확실하게 드러납니다. 특히 서부극 스타일의 연출 장면은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였습니다. 황야의 무법자를 연상시키는 대결 구도가 현재 상황과 교차 편집되면서, 긴박한 순간을 유머러스하게 풀어냈거든요.

'교차 편집(Cross-cutting)'이란 서로 다른 시공간의 장면을 번갈아 보여주며 긴장감이나 대비 효과를 만드는 영화 기법입니다. 이 기법을 통해 관객은 과거와 현재, 또는 두 개의 평행한 상황을 동시에 인지하며 몰입도가 높아집니다. '굿뉴스'에서는 이 기법이 코미디 타이밍과 절묘하게 맞물려 웃음을 자아냈습니다.

저는 중반부에 등장하는 '달과 시계' 모티프도 인상적이었습니다. 달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시계 이미지로 전환되는 장면은 시간의 촉박함을 상징하면서도 시각적으로 세련됐습니다. 변성현 감독은 이런 디테일한 연출로 관객에게 "이건 그냥 사건 재연이 아니라, 내가 보여주고 싶은 이야기다"라는 메시지를 확실히 전달합니다.

배우진도 화려합니다. 설경구는 '암흑개'라는 이름 없는 해결사 역할로 등장하는데, 직급도 없이 뒤에서 일을 처리하는 인물입니다. 류승범은 중앙정보부 부장으로 오랜만에 스크린에 복귀했고, 김성호, 박영규, 윤경호 등 중견 배우들도 탄탄하게 뒷받침합니다. 여기에 일본 배우 야마다 타카유키('크로우즈 제로')를 비롯한 현지 배우들이 대거 출연해 현실감을 더했습니다.

영화에서 주목할 만한 점은 캐스팅의 다양성입니다. 한국 배우가 일본어를 어설프게 구사하는 대신 실제 일본 배우들이 납치범과 승객 역할을 맡아 언어적 몰입도가 높았습니다. 이는 제작사가 국제 공동 제작(Co-production) 방식을 채택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국제 공동 제작이란 여러 나라의 제작사가 자본과 인력을 함께 투자해 영화를 만드는 방식으로, 최근 넷플릭스 오리지널 작품에서 자주 활용되고 있습니다(출처: 영화진흥위원회).

 

블랙코미디 속에 숨은 풍자와 메시지

'굿뉴스'는 단순히 웃기는 영화가 아닙니다. 냉전 시대의 국제 정세, 공산주의와 민주주의의 충돌, 그리고 개인의 희생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블랙코미디라는 포장지로 감쌌습니다. 납치범들이 승객들에게서 반지를 걷어 공산주의식 분배를 하는 장면, 그런데 정작 본인들은 다수결(민주주의 방식)로 의사결정을 하려다가 "다수결은 민주주의다!"라며 독단적으로 결정하는 장면은 씁쓸한 웃음을 자아냅니다.

제가 직접 경험한 적은 없지만, 영화를 보면서 '아, 이게 바로 체제의 모순이구나' 싶었습니다. 한국 쪽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평소엔 위에서 하라는 대로만 하다가, 정작 중요한 순간에 "우리는 민주국가니까 다수결로 합시다"라며 점심 메뉴 고르듯 생사가 걸린 문제를 투표로 결정하는 장면은 현실 풍자 그 자체였습니다.

이 영화가 던지는 핵심 질문은 이겁니다. "과연 누가 진짜 주인공인가?" 홍경이 연기한 공군 중위는 훈장을 받지만, 실제로 모든 일을 해결한 건 설경구의 '암흑개'입니다. 그는 이름도 없고 인정도 받지 못하지만, 결국 사건의 핵심에서 움직이는 인물이죠. 마지막 장면에서 홍경의 캐릭터도 비슷한 처지가 됩니다. 이 구조는 현대 사회에서도 반복됩니다. 실제로 일하는 사람은 뒤에 숨고, 공을 가져가는 사람은 따로 있는 현실 말이죠.

영화의 마지막 부분에서 '달'과 '명언'을 활용한 대화 장면도 의미심장합니다. 공감과 암흑개의 대화는 "우리가 사는 세상은 결국 누군가의 희생 위에 세워진다"는 메시지를 은유적으로 전달합니다. 저는 이 부분에서 괜히 목이 메었습니다. 블랙코미디지만 감정선이 확실히 있더라고요.

영화를 보고 나서 저는 제 주변 사람들에게 연락을 했습니다. "오늘 별일 없지?" 같은 사소한 안부였지만, 그게 바로 '굿뉴스'가 아닐까 싶었거든요. 세상이 복잡하고 힘들어도, 결국 우리를 지탱하는 건 그런 작은 연락 한 통, 따뜻한 말 한마디라는 걸 이 영화는 우회적으로 말하고 있습니다.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굿뉴스'는 136분이라는 러닝타임이 전혀 길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변성현 감독 특유의 연출, 탄탄한 배우들의 연기, 그리고 실화를 바탕으로 한 탄탄한 스토리가 조화를 이뤘기 때문입니다. 블랙코미디라는 장르가 부담스러운 분들도, 이 영화는 충분히 즐길 수 있을 겁니다. 다만 극장에서 보지 못한 게 아쉬울 뿐입니다. 이런 영화는 큰 스크린에서 봐야 제맛인데 말이죠. 넷플릭스로 공개된 게 아쉽지만, 그래도 많은 분들이 부담 없이 접근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입니다. 주말에 시간 여유가 있다면, '굿뉴스' 한 편 보시길 추천합니다. 웃고, 생각하고, 여운이 남는 영화입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NDnSRqtNr_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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