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러분은 학창 시절에 단짝 친구와 함께 무모한 도전을 해본 적이 있으신가요? 저에게는 눈빛만 봐도 통하는 친구가 있었습니다. 보충수업과 야간자율학습이라는 지루한 일상에서 벗어나기 위해 둘이서 작당모의를 했던 기억이 납니다. 담장을 넘어 학교를 째고 맛있는 걸 먹으러 나갔던 그 설렘과 긴장감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영화 '프로젝트Y'를 보면서 바로 그 시절이 떠올랐습니다.
한소희와 전종서가 주연을 맡은 이 영화는 80억 원 상당의 금괴를 가로채기 위해 치밀하게 계획을 세우는 두 친구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오늘 개봉한 이 작품을 오전 첫 상영으로 보고 왔는데, 15세 관람가라는 등급표시와는 달리 상당히 강렬한 내용이었습니다.
생각보다 훨씬 강렬했던 전개, 15세 관람가가 맞나 싶었던 순간들
영화를 보러 가기 전에는 15세 관람가라는 등급을 보고 비교적 가볍게 볼 수 있는 작품이라고 예상했습니다. 하지만 막상 영화가 시작되고 나서는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욕설의 수위도 높았고, 폭력적인 장면도 제법 많이 등장했기 때문입니다.
미선과 도경이라는 두 친구는 어렸을 때부터 함께 자란 단짝입니다. 미선은 낮에는 꽃집을 운영하고 밤에는 유흥업소에서 일하며 악착같이 돈을 모읍니다. 2차는 절대 나가지 않고 메이크업도 직접 하면서 한 푼이라도 아끼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도경은 콜대기로 일하며 아가씨들을 데려다주는 역할을 합니다. 이 둘은 몇 년간 모은 돈으로 내 집 마련까지 해내고, 이제 곧 이 업계를 떠나 새로운 삶을 시작하려는 순간입니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 전세 사기를 당합니다. 게다가 사기를 친 당사자는 이미 사망한 상태라 돈을 돌려받을 방법도 없습니다. 제가 이 장면을 보면서 가장 가슴 아팠던 부분은, 바로 앞까지 왔던 희망이 한순간에 무너지는 그 절망감이었습니다. 실제로 전세 사기 피해자들이 겪는 고통이 이런 것이겠구나 싶었습니다.
도경은 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불법 토토에 모든 돈을 겁니다. 평소 일하면서 우연히 들은 농구 감독과 토사장의 대화 내용을 바탕으로 승부를 예측한 것입니다. 처음에는 정말로 적중해서 두 사람이 환호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저도 잠깐 안도했습니다. 하지만 바로 다음 순간 먹튀 사이트였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다시 절망으로 떨어집니다. 이 롤러코스터 같은 전개가 초반부의 가장 큰 매력이었습니다.
한소희와 전종서의 찰떡 케미, 조연들의 탄탄한 연기까지
이 영화에서 가장 빛났던 부분은 역시 두 주연 배우의 케미였습니다. 한소희와 전종서는 실제로도 친한 사이라고 알려져 있는데, 그 친밀함이 스크린에서도 그대로 느껴졌습니다. 서로 눈빛만 봐도 통하는 단짝의 모습이 너무나 자연스러웠고, 제가 학창시절에 친구와 함께했던 그 특별한 우정이 겹쳐 보였습니다.
미선 역할을 맡은 한소희는 낮과 밤의 이중생활을 하는 캐릭터를 설득력 있게 연기했습니다. 꽃집에서 일할 때의 차분한 모습과 유흥업소에서의 프로페셔널한 모습, 그리고 절박한 상황에서 보여주는 날카로운 판단력까지 모두 인상적이었습니다. 전종서가 연기한 도경은 겉으로는 거칠어 보이지만 속으로는 미선을 누구보다 아끼는 의리 있는 친구의 모습을 잘 보여줬습니다.
조연 배우들의 연기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저는 특히 이재균 배우가 연기한 석구라는 캐릭터가 눈에 띄었습니다. 평소에는 선하게 생긴 얼굴인데, 이 영화에서는 약간의 악역 포지션으로 등장합니다. 유흥업소에서 아가씨들을 관리하는 매니저 역할인데, 선과 악 사이를 오가는 미묘한 캐릭터를 정말 잘 소화했습니다. 제가 봤을 때 이 배우는 앞으로 더욱 주목받을 것 같습니다.
김신록 배우가 연기한 엄마 캐릭터도 인상적이었습니다. 과거 유흥업계의 전설적인 인물이었지만 지금은 은퇴한 상태로, 두 주인공에게는 실제 엄마 같은 존재입니다. 이 캐릭터가 영화 중반부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김신록 배우의 연기력 덕분에 그 무게감이 제대로 전달됐습니다.
정영주 배우가 연기한 황소라는 캐릭터는 토사장의 보디가드 역할입니다. 이 역할을 위해 삭발까지 했다고 하는데, 정말 여자 마동석이라는 표현이 딱 맞을 정도로 강렬했습니다. 말수는 적지만 한 번 움직이면 누구도 막을 수 없는 포스를 보여줬습니다. 솔직히 이 캐릭터가 등장할 때마다 긴장감이 확 올라갔습니다.
오마이걸 출신 유아가 토사장의 와이프 역할로 나오는데, 분량은 많지 않았지만 제 역할을 확실하게 해냈습니다. 저는 영화를 보는 중에는 누군지 몰랐다가 나중에 찾아보고 알았을 정도로 배역에 몰입한 연기였습니다.
다만 토사장 역할의 김성철 배우는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조금 아쉬웠습니다. 완전히 미친 사이코 악역인데, 연기 자체는 열심히 하신 게 느껴졌지만 왠지 모르게 어색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얼굴이 너무 선해서 그런지, 아니면 나이대가 조금 맞지 않아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다른 배우들에 비해서는 몰입도가 떨어졌습니다.
영화의 초중반 전개는 정말 흥미진진했습니다. 두 친구가 하나씩 희망을 잃어가는 과정이 너무나 리얼하게 그려졌고, '과연 이 둘이 어떻게 이 상황을 타개할까'하는 궁금증이 계속 생겼습니다. 전세 사기, 불법 토토, 먹튀 사이트 같은 현실적인 소재들이 등장해서 더욱 몰입이 잘 됐습니다.
하지만 중반 이후로 넘어가면서 아쉬운 부분들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두 주인공이 본격적으로 계획을 실행하는 과정이 생각보다 치밀하지 못했고, 일부 장면에서는 '이게 맞나?'싶은 전개도 있었습니다. 특히 중요한 선택의 순간에 나오는 대사가 너무 오그라들어서 제 옆에 앉아있던 와이프와 함께 당혹스러워했던 기억이 납니다.
영화 전체적으로 톤이 너무 강하다는 느낌도 받았습니다. 잔인한 장면이나 욕설이 필요 이상으로 과하게 느껴졌고, 캐릭터들도 모두 한 발짝씩 더 세게 나가는 느낌이었습니다. 물론 이런 강렬함을 좋아하시는 분들도 계실 것 같지만, 제 개인적으로는 조금 더 절제된 연출이었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화를 보고 나서 제가 느낀 점은, '프로젝트Y'가 장점도 분명하지만 아쉬운 부분도 많은 작품이라는 것입니다. 배우들의 연기는 대부분 훌륭했고, 특히 한소희와 전종서의 케미는 정말 볼 만했습니다. 초반부의 흥미진진한 전개도 좋았고, 현실적인 소재들을 다룬 점도 인상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중반 이후의 다소 느슨한 전개와 과도하게 강한 톤, 그리고 몇몇 촌스러운 장면들은 분명 아쉬움으로 남았습니다. 여성 누아르라는 장르 자체는 신선했지만, 상업영화로서의 완성도 측면에서는 조금 더 다듬어졌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렬한 캐릭터들을 보는 재미와 두 주연 배우의 케미만으로도 충분히 볼 만한 가치가 있는 영화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