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하이파이브 영화 리뷰(초능력, 액션, 코미디)

by mongle030 2026. 3. 4.

하이파이브 포스터


 

퇴근길 지하철에서 옆자리 아저씨가 하품하는 모습을 보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 사람에게 하루의 피로를 단번에 날려버릴 수 있는 초능력이 생긴다면 어떨까요? 그런데 막상 그 능력으로 뭘 할까 상상해보니, 거창한 영웅이 되기보다는 집에 가서 아이들과 신나게 놀아주거나 아내의 어깨를 주물러주는 게 먼저일 것 같더라고요. 영화 <하이파이브>는 바로 그런 '생활 밀착형' 초능력자들의 이야기입니다. 장기 이식을 통해 갑작스럽게 특별한 힘을 얻게 된 평범한 사람들이 펼치는 유쾌한 액션 코미디로, 강형철 감독 특유의 가벼운 터치가 돋보이는 작품이었습니다.

 

평범한 사람들에게 찾아온 초능력, 그 설정의 신선함

영화의 핵심 설정은 단순하면서도 매력적입니다. 한 초능력자의 장기가 여섯 명에게 이식되면서, 심장·폐·신장·간·각막·췌장을 받은 이들이 각각 특별한 능력을 갖게 된다는 내용입니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이 능력을 받은 사람들이 모두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이웃이라는 겁니다.

태권도를 배우는 여중생(이재인), 백수 작가 지망생(안재홍), 야쿠르트 아줌마(라미란), 건설 현장 작업 반장(김희원), 날라리 백수(유아인), 그리고 사이비 교주(신구)까지 여섯 명의 캐릭터는 저마다 개성이 뚜렷합니다. 특히 이들이 능력을 발견하고 히어로가 되겠다며 서로 '히어로 이름'을 짓는 장면에서는 그 짜친 모습이 오히려 친근하게 다가왔습니다(출처: 영화진흥위원회).

저는 이 설정에서 '캐릭터 아크(Character Arc)'가 잘 설계되었다고 느꼈습니다. 여기서 캐릭터 아크란 등장인물이 이야기를 통해 겪는 내적 변화와 성장을 의미합니다. 각 인물이 단순히 능력을 얻는 데서 그치지 않고, 자신의 아픔과 사연을 극복하며 성장하는 과정이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있었습니다.

 

액션 디자인과 CG 활용, 만화 같지만 설득력 있는 연출

솔직히 예고편을 처음 봤을 때는 'CG가 좀 어설프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영화관에서 보니 그 만화 같은 과장이 오히려 이 영화의 강점이더군요. 강형철 감독은 <타짜: 신의 손>에서도 보여줬듯 현실과 판타지의 경계를 유쾌하게 넘나드는 연출에 능합니다.

특히 제 눈길을 사로잡은 장면이 두 가지 있었습니다. 첫째는 야쿠르트 카트 추격신입니다. 조그만 야쿠르트 배달 차량과 악당들의 승용차가 벌이는 추격전이라니, 설정만 들으면 황당하게 들리죠. 하지만 이 장면의 액션 안무(Action Choreography)는 정말 탁월했습니다. 액션 안무란 싸움이나 추격 장면에서 배우들의 동선과 카메라 움직임을 설계하는 작업을 말합니다. 쿵푸허슬이나 소림축구를 보는 듯한 과장된 연출이었지만, 긴박감과 유머가 절묘하게 조화를 이뤘습니다.

둘째는 막판 태권 소녀와 빌런의 대결 장면입니다. 저는 이 장면에서 정말 <맨 오브 스틸>의 슈퍼맨 격투를 보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물론 할리우드 블록버스터급 스케일은 아니지만, VFX(Visual Effects, 시각 효과) 활용과 타격감 표현이 우리나라 액션 영화 중에서는 상당히 인상적이었습니다(출처: 한국영상자료원).

제가 직접 극장에서 확인한 바로는, 이 영화의 CG는 '완벽한 사실성'보다는 '만화적 쾌감'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그리고 그 선택이 영화 전체의 톤과 정말 잘 어울렸습니다.

 

코미디의 타율과 캐릭터의 매력, 그리고 아쉬운 점

강형철 감독 영화의 가장 큰 특징은 '무겁지 않은 톤'입니다. <과속 스캔들>이나 <써니>처럼 웃음과 감동을 동시에 주는 연출 방식인데, <하이파이브>도 그 계보를 잇습니다. 다만 코미디는 워낙 취향을 타는 장르라,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는 점은 미리 말씀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 영화의 코미디 타율이 나쁘지 않았다고 봅니다. 빵빵 터질 정도는 아니었지만, 피식피식 웃음이 나오는 장면들이 꾸준히 배치되어 있었습니다. 특히 각 캐릭터가 자신의 능력을 처음 발견하고 어리둥절해하는 장면들은 과장되면서도 공감 가능한 리액션이어서 좋았습니다.

캐릭터 중에서는 단연 태권 소녀 역의 이재인 배우가 돋보였습니다. 영화 <사바하>에서 백상예술대상 신인상을 받았던 그는 이번 작품에서 액션과 감정 연기를 모두 소화하며 가장 큰 수혜를 본 것 같습니다. 안재홍과 라미란은 <응답하라> 시리즈에서 모자 관계로 나왔던 호흡을 이번에도 유감없이 발휘했고, 김희원과 유아인 역시 각자의 캐릭터를 매력적으로 살려냈습니다.

다만 아쉬운 점도 있었습니다. 중반부 이후 스토리가 예상 가능한 방향으로 흘러가면서 약간의 지루함이 느껴졌습니다. 내러티브 텐션(Narrative Tension)이 살짝 떨어진다고 할까요. 내러티브 텐션이란 관객이 '다음에 뭐가 일어날까' 궁금해하며 몰입하게 만드는 이야기의 긴장감을 뜻합니다. 반전이나 새로운 전개 없이 정해진 수순대로 흘러가는 느낌이 있어, 2시간 러닝타임 중 중반 20분 정도는 조금 늘어지는 감이 있었습니다.

 

능력을 활용하는 연출의 디테일, 협동 플레이의 재미

이 영화에서 제가 가장 높이 평가하고 싶은 부분은 바로 '능력 활용 장면'입니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의 공항 전투 장면처럼, 각 히어로의 능력을 효과적으로 보여주는 연출이 정말 중요하거든요. 물론 <하이파이브>는 할리우드급 예산이나 규모는 아니지만, 제한된 조건 안에서 각 캐릭터의 능력을 창의적으로 활용한 점이 인상 깊었습니다.

예를 들어 심장을 이식받은 태권 소녀는 폭발적인 순발력과 강력한 발차기를, 폐를 받은 백수 작가는 초인적인 호흡 능력을, 신장을 받은 야쿠르트 아줌마는... (스포일러가 될까봐 자세히는 못 쓰겠네요). 각자의 능력이 단순히 개별적으로 보여지는 데 그치지 않고, 상황에 따라 서로 협동하며 상호 보완하는 장면이 여러 번 나옵니다.

저는 이런 팀워크 연출에서 '시너지 효과(Synergy Effect)'를 제대로 느꼈습니다. 시너지 효과란 개별 요소들이 결합했을 때 단순 합산 이상의 효과를 내는 것을 말하는데, 영화 속 히어로들이 각자의 능력을 조합해 위기를 돌파하는 장면에서 그 쾌감이 고스란히 전달되었습니다.

빌런인 사이비 교주(신구)가 다른 능력자들의 힘을 빼앗으려 한다는 설정도 긴장감을 높이는 장치로 잘 작동했습니다. 다만 빌런의 캐릭터가 조금 더 입체적이었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는 아쉬움은 남습니다.

영화가 끝나고 옥상에 올라가서 밤하늘을 올려다봤습니다. 저 멀리 반짝이는 불빛들을 보며, 혹시 저 집들 안에도 각자의 초능력을 숨기고 사는 평범한 사람들이 있지 않을까 하는 엉뚱한 상상을 해봤습니다. 어쩌면 우리 모두는 이미 각자만의 능력을 갖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누군가를 웃게 만드는 유머, 지친 사람을 위로하는 따뜻한 말 한마디, 매일 아침 가족을 위해 일어나는 인내심처럼 말이죠. <하이파이브>는 그런 소소하지만 소중한 힘들이 모였을 때 세상이 조금 더 나아질 수 있다는 메시지를 유쾌하게 전달하는 영화였습니다. 완벽한 작품은 아니지만, 극장을 나서며 누군가와 손바닥을 마주치고 싶게 만드는 따뜻한 여운이 남았습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cGl2wI2_S-8


소개 및 문의 · 개인정보처리방침 · 면책조항

© mongle030의 블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