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솔직히 저는 이 영화를 보러 가기 전까지만 해도 기대가 거의 없었습니다. 5년 동안 창고에 있다가 이제야 개봉한 영화라니, 게다가 예고편도 왠지 올드한 느낌이 강했거든요. 하지만 막상 보고 나니 생각보다 괜찮았습니다. 특히 아역 배우의 능청스러운 연기가 지루할 틈 없이 극을 이끌어갔고, 히트맨 2에서 느꼈던 억지 개그도 많이 줄어들어서 다행이었습니다. 물론 아쉬운 점도 분명히 있었지만, 가족끼리 가볍게 보기엔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습니다.
아역 배우가 살린 영화, 김서원의 활약
제가 이 영화를 보면서 가장 놀랐던 건 아역 배우 김서원 양의 연기력이었습니다. 처음엔 권상우와 문채원의 로맨스가 중심일 거라 생각했는데, 막상 보니 딸 역할을 맡은 이 꼬마 배우가 영화의 절반 이상을 책임지고 있더라고요. 능청스럽고 천덕스러운 표정 연기가 정말 자연스러웠습니다. 어른스러운 면과 아이다운 면이 적절히 섞여 있어서, 자칫 뻔해질 수 있는 어른들의 연애 이야기 사이사이에서 활력을 불어넣어 주었습니다.
특히 극 중 딸이 친구들과 어울리거나 연애 흉내를 내는 장면들은 억지로 웃기려 하지 않아도 저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순간들이었습니다. 제가 영화관에서 봤을 때 다른 관객 중 한 분은 정말 빵빵 터지시더라고요. 저는 그 정도는 아니었지만, 적어도 지루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습니다. 영화가 조금 늘어질 법하면 이 아역 배우가 등장해서 다시 극에 집중하게 만드는 역할을 톡톡히 해냈습니다.
사실 로맨틱 코미디에서 아이 캐릭터는 자칫 짐이 될 수도 있습니다. 어색하거나 과한 연기를 하면 오히려 몰입을 방해하거든요. 하지만 이 영화에서는 정반대였습니다. 아역 배우의 존재감이 너무 좋아서, 오히려 어른들의 이야기보다 딸의 에피소드가 더 기억에 남을 정도였습니다. 표정 하나하나가 살아 있었고, 대사 타이밍도 정확했습니다. 제 생각엔 이 영화가 창고에서 나와 빛을 본 건 순전히 이 아역 배우 덕분이 아닐까 싶습니다.
조연 배우들도 나름대로 몫을 해냈습니다. 피오가 맡은 악기점 알바생 캐릭터는 입이 방정이라는 설정인데, 그 캐릭터가 잘 살아났습니다. 박지환 씨도 옛날 밴드 친구이자 지금은 전업주부로 사는 캐릭터로 나오는데, 중간중간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주더라고요. 이런 조연들이 주연의 이야기를 받쳐주면서 극 전체의 리듬감이 살아난 것 같습니다.
올드하지만 억지스럽지 않은 코미디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은 히트맨 2에 비해 억지 개그가 확연히 줄었다는 점입니다. 저는 히트맨 2를 보면서 정말 극장을 나가고 싶을 정도로 지루했거든요. 너무 억지로 웃기려는 장면들이 많아서 오히려 식상했습니다. 하지만 하트맨은 달랐습니다. 물론 초반에 몇몇 무리수 장면이 있긴 했지만, 전체적으로 자연스러운 코미디 흐름을 유지했습니다.
제 경험상 로맨틱 코미디는 억지 웃음보다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나오는 웃음이 훨씬 효과적입니다. 이 영화는 그 지점을 어느 정도 잘 찾았다고 봅니다. 권상우가 딸이 있다는 사실을 숨기고 문채원과 연애하면서 벌어지는 상황들이 과하지 않게 펼쳐집니다. 집에 문채원이 오면 아이 관련 물건들을 급하게 치우고, 떠나면 다시 꺼내놓는 장면 같은 것들이 딱 적당한 수준에서 웃음을 유발했습니다.
다만 아쉬운 점도 분명히 있었습니다. 전체적으로 영화가 너무 올드합니다. 5년 전 작품이라는 걸 감안해도, 지금 관객들 눈높이에는 조금 싱겁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특히 엔딩 장면은 정말 손발이 오그라들 정도로 올드했습니다. 저는 속으로 "설마 이렇게 끝나겠어?" 하고 기대했는데, 정말 그 설마보다 더 올드하게 끝나버려서 오히려 웃음이 나왔습니다. 차라리 조금 더 B급 감성으로 밀어붙이거나, 뻔한 클리셰를 비트는 시도가 있었다면 훨씬 좋았을 것 같습니다.
또 하나 아쉬운 점은, 이야기 전개가 너무 예측 가능하다는 겁니다. 권상우와 문채원의 관계가 어떻게 흘러갈지, 딸의 존재가 언제 드러날지, 모든 게 다 보입니다. 물론 원작이 있는 영화라서 어느 정도 틀이 있겠지만, 그래도 조금 더 신선한 전개가 있었으면 하는 욕심이 생깁니다. 제가 보기엔 이 영화는 코미디라기보다는 가족 드라마에 가깝습니다. 로맨스는 양념이고, 진짜 중심은 아버지와 딸의 관계인 거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이 영화를 보면서 지루하지 않았습니다. 히트맨 2처럼 중간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괴로웠던 경험과는 확연히 달랐습니다. 기본적으로 이야기의 흐름이 있고, 기승전결이 명확했기 때문입니다. 권상우 씨가 꾸준히 이런 코미디 장르를 시도한다는 것 자체도 응원하고 싶습니다. 하정우 씨나 조정석 씨처럼 자기만의 코미디 색깔을 만들어가는 배우들이 있는데, 권상우 씨도 그 대열에 합류하려는 노력이 보입니다.
정리하면, 하트맨은 가족끼리 가볍게 웃으러 가기엔 괜찮은 선택입니다. 아역 배우의 활약과 적당한 코미디 감각이 장점이고, 올드한 연출과 뻔한 전개가 단점입니다. 신선한 로맨틱 코미디를 기대하신다면 조금 실망하실 수 있지만,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가족 영화를 찾으신다면 나쁘지 않은 선택이 될 것 같습니다. 제 티어로는 C 정도 줄 수 있겠습니다. 다음에는 권상우 형님이 조금 더 요즘 감각에 맞는 작품으로 돌아오시길 기대해 봅니다.